서귀포시 신효동에 위치한 서귀포감귤박물관 옆에는 거대한 야외 수석 전시 공원을 연상케 하는 오름이 있다. 표고 117.8m에 비고는 63m의 복합형 오름인 도라미오름. ‘도라미’는 박쥐의 제주어로 오름의 모양새가 박쥐가 날개를 펼친 형상과 비슷하다고 해서 도라미오름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바굼지오름(단산) 역시 좌우로 길게 뻗어 있는 오름의 산세(山勢)가 박쥐가 날개를 펼친 모습과 같다고 해서 바굼지(박쥐의 또 다른 제주어)오름이라는 이름이 부여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도라미오름의 또 다른 이름은 월라산(月羅山) 또는 월라봉(月羅峰)이다. ‘달이 비치는 넓은 들판’ 이라는 뜻으로 월라산(月羅山)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밖에 이 오름의 남쪽에 바윗돌이 있는데, 이 모습이 동쪽으로 달이 뜨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라 해서 달암(岩)이라고 불리던 것이 후세에 들어 한자 표기를 위해 월암(月岩)이 됐다는 설도 있다. 서귀포시 중산간동로 교차로에서 감귤박물관 방향으로 우회전 후, 감귤박물관에 도착하기 전 체육공원 입구에 주차 후 이 곳을 도라미오름 탐방의 초입으로 삼았다. 첫 발걸음에서 거대한 바위군(群)들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사찰(寺
제주 전역에 산재한 360여 개의 오름들은 저마다의 이름과 자신만의 모습을 갖고 있다. 굼부리가 말굽형이든 원추형이든, 대체로 뾰족한 전형적인 산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하며 어린이들의 소풍놀이로 제격인 아트막한 오름들도 더러 있다. 서귀포시 색달동에 넓게 자리한 우보(牛步)오름이 대표적이다. 우보오름. 오름의 전체적인 모습이 소(牛)가 걸어가는(步) 형국이라 하여 우보오름이라는 이름이 부여됐다. 이를 줄여 우보름, 한자로는 우보악(牛步岳). 또한 소가 엎드려 있는 모습과 닮다고 해서 우부악(牛俯岳), 또는 우복악(牛伏岳)이라하고 있다. 서귀포시 중문에서 한라산 방향에 있는 중산간서로(1136호)에서 서귀포호텔 방면으로 진입, 서귀포호텔을 지나가면 오른쪽으로 야트막한 산체가 눈에 들어오는 데 이 산체가 바로 우보오름이다. 오름이라기보다는 목장(牧場)의 초지(草地)같은 인상이다. 사실 이 곳은 우마(牛馬)의 먹이인 촐(목초의 제주어) 등을 키워 수확하는 목장지다. 적당한 곳에 주차한 후 우보오름 정상을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기 전 오름 형세를 훑어봤다. 소가 걸어가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제주
제주시 구좌읍의 용눈이오름과 손자오름 사이 중산간동로(1136번)를 따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로 향하다보면 수산 마을에 도착하기 전 왼쪽으로 오름 하나가 자리해 있다. 표고 157.6m, 비고 83m, 북서쪽으로 향한 말굽형 오름인 대왕산(大王山). 옛날 어느 지관(地官)이 이 오름 주변으로 왕(王)자 형국이 있는데, 그 줄기가 이 오름에서 뻗어 나왔다고 해서, 또 오름의 형세가 왕(王)자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왕뫼라고 불리게 됐다. 이 오름의 북동쪽에 있는 작은 산체 견줘 이 오름을 큰왕뫼 혹은 대왕산으로 불리게 됐다. 또한 오름의 모양세가 양(羊)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와양악(臥羊岳)이라고도 한다. 비고 83m가 말해주 듯 오름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아 어렵지 않게 정상에 닿을 수 있다. 게다가 정상으로 향하는 탐방로가 직선 코스가 아닌 지그재그 형태로 조성돼 있어 큰 부담없이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곳곳에 로프와 나무 계단이 조성돼 있다. 천천히 걷다보니 정상. 정상에서 맨 처음 탐방객을 받기는 것은 주변의 산불을 감시하는 경방초소. 비고 83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체이지만 정상에 경방초소가 설치됐다는 것은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여건이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 들어서면 우뚝 솟아 있는 오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대수산봉(大水山峰). 일주도로(1132번)를 통해서, 혹은 번영로에서 빠져 표선면 성읍리를 거쳐 성산으로 향하는 서성일로(1119번)을 통해서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네비게이션에 ‘대수산봉’을 입력하면 보다 쉽게 대수산봉에 오를 수 있다. 예전에 이 오름에 물이 솟아나 연못이 있어서 물이 있는 산체라는 뜻으로 물뫼라고 불렸으며, 인근에 있는 작은 산체와 비교, 대소(大小)의 개념을 끌어와 큰물뫼, 작은물뫼라고 이름 지어졌다. 그리고 이를 한자로 대수산봉(大水山峰), 그리고 작은물뫼를 소수산봉(小水山峰)이라고 했다.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에 위치한 수산봉(水山峰), 또는 물뫼로 불리는 동명(同名)의 오름이 있다. 표고 137.3m, 비고 97m의 원형 오름으로, 성산읍 고성리를 중심으로 수산리, 온평리에 걸쳐져 있다. 오름 입구에서부터 소나무와 삼나무가 무성하고, 주변 공동묘지로 가는 길을 겸한 산책로를 따라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대수산봉은 제주올레 2코스와도 연계돼 있다. 광치기해변을 출발해 식산봉을 거쳐 대수산봉에 오르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그리고 앞서 서술
제주시 오라동에 우뚝 솟아 서 있는 민오름. 오름 입구 안내문은 “민오름은 연미마을과 정실마을 사이에 위치한 표고 251m인 말굽형 화구를 품은 오름이다. 지금은 숲이 울창하지만 4·3 당시에는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오름이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무가 없고 풀로 뒤덮인 민둥산이라고 해서 ‘민오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한자로 민악(民岳), 무악(戊岳), 소독악(小禿岳)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 민둥산이었다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정상 부위를 제외하고 모든 산체에 소나무를 비롯해 상수리나무, 밤나무, 아카시아 등이 다양한 수종이 민오름을 구성하고 있다. 오라동 민오름은 정상으로 이르는 탐방로 외에도, 오름 둘레 숲길이 잘 조성돼 있다. 오름 초입에서 몇 걸음 걸으니, 곧바로 정상을 향해 직진하는 탐방로와, 오름 둘레길로 나뉜다. 우선 둘레 길을 걸어본다. 숲이 무성해 한여름에도 걷기에 좋은 코스다. 탐방로에 목재나, 폐타이어매트, 야자수매트 등이 설치돼 있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어서 좋다. 소나무와 밤나무, 상수리나무, 아카시아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좋은 기운이 몸에 닿는 듯해 둘레 길을 걷는 내내
제주도의 서쪽 끝자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 자리한 당산봉. 예전에 이 오름에 당(堂)이 있어서 당오름으로도 불렸다. 서귀포시 안덕면과 제주시 구좌읍에도 이처럼 당이 있어 ‘당오름’이라는 이름의 오름이 있다. 용수리의 당오름은 현재 일상적으로 당산봉(堂山峰)으로 불린다. 예전에 이 당에서 섬겼던 신이 뱀이었는데, 이 사귀(蛇鬼)라는 말이 세월이 흐르면서 차귀(遮歸)로 와전, 제주 섬 곳곳을 누비며 수맥을 끊어 버린 호종단(胡宗旦)이 현재 차귀도 인근 바다를 통해 송나라로 돌아갈 때 한라산신(漢拏山神)이 매로 변해 이들이 돌아가는 길을 차단시켰다는 전설로 인해 차귀오름(遮歸岳)이라고 불렸다고도 한다. 당산봉은 일주도로에서 용수리 해안에서, 또는 고산리 자구내 포구에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당산봉의 큰 매력은 바다와 인접해 있어 차귀도의 아름다운 모습과 수월봉 바다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분화구 내 일부 토지는 경작지로 이용되고, 주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돼 있다. 제주는 전체가 한라산이라고 불릴 만큼 모든 토지의 경사가 심하다, 하지만 이곳은 ‘고산·신도평야’라고 불릴 만큼 토지가 평평하게 넓게 펼쳐져 있는데 전망대에서 보는
거문덕이(애월읍 유수암리) 제주시 조천읍의 검은오름, 연동의 검은오름, 한림읍의 금오름(금악오름·검은오름), 서귀포시 남원읍의 검은오름(흑악). 이들 오름 이름의 ‘검·금’은 단군왕검처럼 고조선시대부터 쓰여 온 신(神)라는 뜻의 검(감·곰·금)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오름을 신성시했던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와 유수암리에 걸쳐저 있는 ‘거문덕이’라는 오름도 이와 같은 맥락의 뜻을 갖고 있다. 숲이 검게 보여서 거믄덕이, 또는 검은덕, 유수암리의 옛 마을 이름인 금덕리에서 유래해 금덕오름 등 여러 이름이 있다. 이를 한자로는 금덕악(今德岳), 흑덕악(黑德岳) 등으로 표기된다. 거문덕이오름을 가기 위해서는 우선 평화로 자동차운전면허시험장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진행한다. 한길정보산업학교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커다란 아스콘 제조 사업장이 있다. 사업장 입구 주변 적당한 곳에 주차한 후 사업장으로 들어서면 거문덕이 산체에 눈에 들어오면 이 산체 방향으로 걷다보면 ‘산불조심’이라는 현수막과 오름 초입이 눈에 들어온다. 표고 401.5m에 비고는 52m, 원추형의 낮은 오름으로 소나무가 산세의 주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 비탈
서귀포시 호근동에 우뚝 솟아있는 각시바위. 제주의 오름 명칭 대부분은 ‘새별오름, 이달봉, 고근산, 대병악’ 처럼 고유 이름 뒤에 ‘오름·봉·악·산’ 등이 붙는데, 이 오름은 ‘바위’라는 명칭이 있어 특이하다. 아마 제주 오름 중 바위라는 이름을 가진 오름은 이 각시바위 뿐일 것이다. 특히 아내의 제주어인 ‘각시’라는 이름에서 어떤 애절한 사연을 간직했음을 느낄 수 있다. 먼 옛날 어느 양가집 며느리가 아들을 얻기 위해 이 바위를 찾아 치성(致誠)을 들이다가 회한(悔恨)을 안고 죽었다는 전설이 있어 각시바위, 혹은 각수바우(일명 열녀바위)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이를 한자로 각수악(角秀岳)이라고 하고, 또한 오름의 모양새가 학이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학수악(鶴首岳)·학수바위라고도 한다. 서귀포시 호근동 주변에 있는 ‘영산사’라는 사찰 주변 적당한 곳에 주차한 후 영산사 주변으로 걷다가 사찰 뒤편 탐방로를 통해 정상에 이를 수 있다. 바위산이라는 이름이 말해주 듯 탐방로 대부분이 돌밭이다. 주차한 곳에서 각시바위 정상을 보면 가파른 경사에 뾰족한 정상부위가 마치 괴기공포영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뿔이 달린 괴물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가위의 제주어는 ‘가세’다. 오름의 산세가 가위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의 가세오름. 제주 전역에 산재한 360여 개의 오름의 이름들은 오름이 위치한 지명, 샘물 등 주변의 상징물, 그리고 오름의 모양새로 지어진다. 가세오름 역시 오름 산세의 모양을 두고 붙여진 이름이다. 가세오름은 풍수지리설의 가사장삼형(袈裟長衫形)에서 가사봉(袈裟峰), 가사악(袈沙岳), 가사봉(袈沙峰)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표선면 토산1리 버스정류장에서 세화리 쪽으로 약 1.6㎞쯤 가면 공동목장의 넓은 초지 입구가 나오는데, 이 입구 주변에 주차한 후 목장을 가로질러 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토산1리와 세화1리의 경계에 있는 가세오름은 인근의 토산봉과 지척이다. 현재 두 오름 사이에는 감귤원과 비닐하우스, 농로 등이 조성돼 있는데 아마 먼 과거에는 하나의 숲으로 연결돼 있었을 것이다. 표고 200.5m, 비고 101m에 서쪽으로 터진 말굽형 오름이다. 굼부리가 터진 방향으로 5개의 새끼오름이 있는데 이들을 염통오름, 알오름, 족은염통, 월지봉, 진동산 등으로 불린다. 가세오름과 5개의 새끼오름, 그리고 토산봉을 통틀어 봐도 가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은 동아시아에 있는 유럽 식민지를 강탈해 태평양의 지배 세력이 되고자 했다. 이에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에 있는 미국 해군 기지를 선전포고 없이 기습공격하면서 태평양전쟁이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태평양전쟁을 치르던 일본은 제주 전역에 씻을 수 없는 커다란 생채기를 남겼다. 제주 전역에 산재한 오름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해안 그리고 들녘 곳곳에 수많은 진지동굴과 함포 기지, 전투기 격납고, 비행장 등을 만들었다. 제주도민들이 강제 동원돼 일제의 총칼과 채찍으로 만들어진 피의 산물이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 위치한 가마오름에는 일제의 생채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 산세의 모양이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마오름이라고 불린다. 한자로는 가마 부(釜)자를 써서 부악(釜岳)으로 표기한다. 한라산 백록담도 커다란 분화구가 마치 물을 담는 그릇, 솥과 같은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역시 부악(釜岳)이라는 별칭이 있다. 표고 140.5m, 비고 51m에 북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오름인 가마오름은 한경면 청수리에서 대정읍 무릉리를 잇는 대한로변에 위치해 있다. 도로변에 오름 표지석이 서 있는데 이 표지석에 “…이 오름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군단사